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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칼럼

딥페이크 성범죄, 우리 일상이 위험하다

딥페이크 성범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Telegram)을 이용해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검거된 사건이었는데요. 

당시 조주빈 등 N번방 사건의 주범들은 덜미가 잡혀 검거됐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는 아직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초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이 널리 알려졌는데요. ‘딥페이크’(deepfake)란 말 그대로 가짜(fake)이긴 한데 진짜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가짜를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기술로 제작하거나 합성한 가짜 콘텐츠를 뜻하는 말로 좁혀서 쓰이기도 해요.

즉 딥페이크 성범죄란 특정 인물의 얼굴 또는 신체를 합성해, 불법·허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범죄 행위를 뜻합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점점 우리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은 주로 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졸업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음란물을 만들었다고 해요. 즉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확산 속도와 익명성입니다. 가해자들은 주로 자신이 만든 성범죄물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는데, 이 단체 대화방의 참여자는 적어도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 원은지 추적단불꽃 대표가 잠입한 딥페이크 성범죄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겹지방)의 대화 내용.
이들은 각자 자신이 만든 성범죄물을 ‘교환’하거나, 또 다른 단체방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성범죄물을 퍼뜨렸습니다. 한편 수사를 피하기 위해 보안이 강력한 텔레그램 메신저만을 사용하고, 철저하게 익명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미 성범죄물이 확산된 이후, 심지어는 수사가 이뤄진 후에야 범죄 피해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범죄 피해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해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가 어렵다’ 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당했음에도, 이미 성범죄물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가해자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을 괴롭게 했습니다.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80%가 10대… 학교가 위험하다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총 1,094건에 달합니다. 이 중 573명의 피의자가 검거됐는데, 검거된 피의자들의 연령대를 분석해 보니 10대가 총 463명으로 전체 피의자의 80%를 넘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1094건 중 검거된 피의자 573명의 연령 분포를 나타낸 표.


위 표에서 볼수 있듯이 딥페이크 성범죄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청소년의 일상 공간인 학교는 아직 딥페이크 성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해 4월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은 지금의 학교 현장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7명의 가해 학생이 교사 2명과 학생 12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는데요.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이 사건을 심의한 끝에 가해 학생 2명은 강제전학, 나머지 5명은 출석정지 및 봉사활동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석정지 이후 돌아온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들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성폭력 사건의 경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학교는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 학폭위 과정에서 한 위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호기심’으로 치부하며 가해 학생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현장의 대응이 지지부진한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위에서 ‘경찰청에 신고된 사건’만 1,094건에 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딥페이크 성범죄 특유의 익명성과 은밀성 등을 생각하면 아마도 실제 범죄는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위 중학교의 사건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대인기피 증상은 물론, 상담 중 극단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더 이상 딥페이크 성범죄로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학교와 수사 기관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공/뉴스타파>